캐리의 일생
캐리야,
보고 싶은 캐리야!
엄마 젖을 떼고 바로 나에게로 와서
나의 냄새를 맡고 자랐지.
내가 주는 먹이에 익숙한 캐리야,
보고 싶구나!
갑자기 주인이 바뀌어 당황할 줄 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주인이 아니잖아.
모처럼 청영이가 오면
청영이에게로 가서 나를 무시하고
오줌누자고 “쉬!”하면 으르렁 거렸지!
그래도 보고 싶구나.
눈 주위에 털을 잘라주지 않으면
눈물이 젖어 색이 변하고 딱딱하여 너가 불편해하는 것을
새 주인은 아는지?
목욕을 하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려주어야 하는데
대충 물기를 닦고 그냥두면 털이 엉켜 아픈 것을 새 주인은 아는지?
가끔 밖으로 나가 골목을 누비며
골목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달리는 기분을 새 주인은 아는지?
가끔 등산에 참가하여 길을 익히고
목말라하며 헉헉대다가 집에 가서 주는 시원한 물맛을
새 주인은 아는지?
캐리야
너 장가보내려고 경산 신혼부부 집에 가서 3일간 떨어져 있을 때
헤어진 줄 알았지?
그래서 장가는 커녕 밥도 안 먹고 내가 갔을 때
내리뛰고 치뛰고 좋아하며
집에 올 때 운전하는 내 팔꿈치에 턱을 대고
자는 시늉을 했지?
캐리야,
오줌을 아무데나 눈다고
고함지른 것 미안하다.
아무데나 똥을 싼다고 때린 것 미안하다.
구석에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고 반성한 너를 알고 있다.
아들이 올 때
너는 탁월한 직감으로 미리 알고 멍멍 짖었지?
구석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도 너는 마구 짖었지!
너의 소리가 듣고 싶구나.
또 전화가 울리면 전화를 받으라고 전화기 옆에 가서 기다리고
대화를 엿듣고 아는 체 했지!
캐리야.
안아보고 싶구나.
미지근한 물에 목욕시켜주고 싶고
그리고 머리에 분홍 리본을 달아주고 싶구나.
그리고 사과를 잘라서 하나씩 입에 넣어주고 싶구나.
아싹 아싹 잘 먹었지!
가끔 달걀노른자도, 고구마도 필요한데
새 주인은 모를거야!
캐리야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가 아내를 잃고 슬퍼 눈물을 흘렀을 때
내 가슴팍에 올라 내 눈물을 핥았고
3년 반 동안
내 곁에 자면서 같은 꿈을 구며 지냈지!
캐리야
보고 싶구나,
말 못하는 너였지만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곧 만나겠지.
캐리야,
불러보고 싶다.
너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나와 인생 말년에 같이 의지하고 지내라고 창조하신 나의 반려이다.
귀여운 너를 두고 떠나가버린 자도 있다.
알고보니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방인이었다.
마음에 상처만 주고 간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과 상관한 것이 크게 후회된다.
실로 너보다 못한 존재였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처음부터 거짓말로 속였고 가짜였다.
분하다 !
2013. 6. 7(금) 오후 3시
너의 옛 주인이,
죽은 땡칠이(막내 청영이 초등학교 짝이 생일 선물로 준 개) <묘소 김유신 장군 묘역>
'캐리' 2011.3.26일생 <엄마 젖을 떼고 처음으로 우리집에 왔을 때, 내가 이름을 지었음>
떠나간 김재란 집사와 함께
귀여운 캐리를 두고 무정하게 떠나갔음
2019.6월 최근 모습 (만 8년 3개월), <내가 이발을 해주었음>
캐리의 호적 등본
2019.6.17 오후8:35
이우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