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보고 싶은 캐리

보고 싶은 캐리

천국백성 2013. 6. 7. 14:58

보고 싶은 캐리야

 

 

 

 

 

 

 

 

 

캐리야

보고 싶은 캐리야!

엄마 젖을 떼고 바로 나에게로 와서 나의 냄새를 맡고 자랐지.

내가 주는 먹이에 익숙한 캐리야,

보고 싶구나!

갑자기 주인이 바뀌어 당황할 줄 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주인이 아니잖아.

모처럼 청영이가 오면 청영이에게로 가서 나를 무시하고

오줌누자고 !”하면 으르렁 거렸지!

그래도 보고 싶구나.

 

 

 

눈 주위에 털을 잘라주지 않으면

눈물이 젖어 색이 변하고 딱딱하여 너가 불편해하는 것을 새 주인은 아는지?

목욕을 하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려 주어야 하는데

대충 물기를 닦고 그냥두면 털이 엉켜 아픈 것을 새 주인은 아는지?

 

 

 

가끔 밖으로 나가 골목을 누비며

골목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달리는 기분을 새 주인은 아는지?

가끔 등산에 참가하여 길을 익히고

목말라하며 헉헉대다가 집에 가서 주는 시원한 물맛을 새 주인은 아는지?

 

 

 

캐리야

너 장가보내려고 경산 신혼부부 집에 가서 3일간 떨어져 있을 때 헤어진 줄 알았지?

그래서 장가는 커녕 밥도 안 먹고 내가 갔을 때 내리뛰고 치뛰고 좋아하며

집에 올 때 운전하는 내 팔꿈치에 턱을 대고 자는 시늉을 했지?

 

 

캐리야,

오줌을 아무 데나 눈다고 고함지른 것 미안하다.

아무 데나 똥을 싼다고 때린 것 미안하다.

구석에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고 반성한 너를 알고 있다.

 

 

 

아들이 올 때 너는 탁월한 직감으로 미리 알고 멍멍 짖었지?

구석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도 너는 마구 짖었지!

너의 소리가 듣고 싶구나.

또 전화가 울리면 전화를 받으라고 전화기 옆에 가서 기다리고 대화를 엿듣고 아는 체 했지!

 

 

 

캐리야.

안아보고 싶구나.

미지근한 물에 목욕시켜주고 싶고

그리고 머리에 분홍 리본을 달아주고 싶구나.

 

 

 

그리고 사과를 잘라서 하나씩 입에 넣어주고 싶구나.

아싹 아싹 잘 먹었지!

가끔 달걀노른자도, 고구마도 필요한데 새 주인은 모를거야!

 

 

 

캐리야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가 아내를 잃고 슬퍼 눈물을 흘렀을 때 내 가슴팍에 올라 내 눈물을 핥았고

3년 반 동안 내 곁에 자면서 같은 꿈을 구며 지냈지!

 

 

캐리야

보고 싶구나,

말 못하는 너였지만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곧 만나겠지.

 

 

 

캐리야,

불러보고 싶다.

 

 

2013. 6. 7(금) 오후 3시

너의 옛 주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