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고 난 후
여보, 이권사.
당신이 떠난 후 이 지구 시간으로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소.
당신이 가버린 이 집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단감나무 사이로 달이 보입니다.
올해는 단감 나무가 해거리를 하여 1상자 뿐이오.
가장 예쁜 단감을 찍어 보았소.
다른 사람에게 맛 보이지 못해 안타깝소.
생명 과일을 먹는 당신에게는 별 것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당신과 함께 심은 이 땅의 소산이오.
서천 둔치 애기청소 위 언덕에 정자가 하나 세워졌소.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당신과 함께 거닐었던 추억이 아련하오.
당신이 교회 찬양대 여행 시 남해안에서 가져온 섬꽃을
올해는 분갈이해서 여러 화분으로 만들었소.
해마다 연초록의 싹이 나올 때 당신을 생각한다오.
서울 손녀 혜원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오.
그리고 부산 훈이 딸 민하도 옹아리를 하며 잘 크고 있소.
훈이 내외는 사랑 싸움을 자주 하지만
앞으로 잘 될 것이고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걱정 없소.
최근에 교회에서 장로 피택을 했는데
김진정, 전점득, 김영화 집사가 피택되었소.
나요 ? 나는 장립집사도 과분하오.
젊은 사람들이 피택되어 열심히 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고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오.
요즘 나라에 대통령을 뽑는다고 TV에 야단이고
채널마다 물건 판다고 시끄럽소.
진정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찾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데 정말 생활의 우선순위 정하기가 혼란스럽소.
당신이 있을 때
땡칠이 보다 더 영리한 마티즈 '캐리'를 명철이가 사주었소.
내 반려가 되었소. 추우면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와 같이 잠니다.
혼자 사는 것이 안타까와서 누나들과 지인들이
많은 사람을 나에게 소개했지만 당신만한 사람이 없어 그냥있소.
당신 곁으로 간 정석대 장로님이 옥류봉에 등산할 때 나에게 말했지요.
재혼하지 말고 혼자사는 것이 편하고
천국가서 분희 권사를 만나도 떳떳할 거라고...ㅋㅋ
우리 후배 이윤락 집사와
'형수'하면서 따르던 백승인 집사도 잘 있지요?
얼마 전에 가신 박남탁 장로도 만났지요?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부부들이 살다가 아내가 먼저 죽으면 그 남편의 처지가 불쌍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을 내가 먼저 경험했으니
어떤 면에서는 나는 인생의 선배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나는 얼마 전에 통풍이 걸려 정말 고생했소.
청영이 결혼시키고 3형제가 하나님 제대로 섬기는 것 보고
나도 당신 곁으로 가고 싶소.
말로 만 들어왔던 우리 주님을 만나 그 발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소.
정말 그러고 싶소.
처음에는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왜 당신이었나 하고 울었습니다.
당신과의 헤어짐은 죽음이었기 때문이었소.
부정과 고립, 분노, 절망의 단계를 거처 수용 즉 하늘이 주는 평화의 단계로 왔소.
이렇게 땅의 것 을 생각하다가 하늘의 것을 놓칠 뻔 했소.
우리가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은 서로 사랑하며 주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맞지요?
여보, 정말 당신이 보고 싶소.
2012.11.2(금)
이우길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