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나무의 슬픔 2
1995년 4월 5일 식목일에 임과 함께 단감나무 묘목 2그루를 심었다.
그러니까 이곳으로 이사온 후 이듬해에 심었으니 17년이 된 감나무다.
해마다 아내와 함께 감을 따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주면 아내가 아래서 받곤했다.
어쩌다 제대로 받지 못하고 깨어졌을 때
둘 다 아쉬워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던 기억이 난다.
올해도 나혼자서 쓸쓸히 감을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감을 받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집 캐리가 거실 밖을 내다 보며 간간히 짖을 뿐이다.
작년에는 감이 너무 많이 달려 교회 목회자들에게 1박스 드리고
3아들에게 1박스씩 택배로 부치고
부산 사돈과 경주 사돈에게도 1박스씩 드리고
우리 교회구역원 3가정에 조금씩 나누어 먹었다,
그러고도 남아 옥상에 있는 큰 단지에 넣어 두었는데
다 먹지 못하고 물이 생겨 감식초가 되었다.
올해는 해거리로 감꽃도 적었고
(= 과실나무의 열매가 한 해씩 걸러서 많이 열리는 일)
작년도 추수 후 대대적인 가지 전정을 해서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나의 간식으로 보관하려 한다.
님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주보며 아싹아싹 소리를 내며 먹을 텐데...
장모가 가던 해, 년말에 어머니를 따라 가버린 아내,
지금 임은 천국에서 하늘의 소산, 생명의 과일을 먹고 이 땅에 사는 나는 땅의 소산, 단감을 먹는다.
둘 다 하나님이 주신 것이나 하늘의 소산은 영생하는 양식이다.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사막에서, 하늘에서 내려주신 하늘의 소산, 만나를 먹은 바 있다.
먼 훗날 하늘의 소산, 생명의 과일을 먹는 날을 생각해 본다.
사실 얼마남지 않았다.생명의 과일을 맛볼 날이...
이 몸을 가지고서는 하늘 나라에 갈 수 없다.
구름이 있는 대기권의 첫째 하늘을 지나
성층권을 지나 별과 별 사이의 둘째 하늘을 지나
주님이 계시는 셋째 하늘로 가기 위해서는 이 몸을 가지고서는 안 된다.
그래서 흙으로 지은 이 몸을 벗고
모양도 무게도 없는 불가사의한 영혼의 이동으로 누구나 다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원초적으로는 죄의 결과로 죽음이 왔지만 하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이 불가피하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 세상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하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 세상의 죽음 후에 하나님이 준비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이다.
내가 떠난 후에 누가 단감을 따게 될지 모르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단감은 열릴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단감나무를 내가 이곳에다 심은 것이다
그리고 이 단감나무는 아버지와 아내와 땡칠이의 죽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단감나무는 이 지구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서
우리 성도들의 Rapture(携擧)가 있을 때까지 살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누가 이 단감나무의 슬픔을 알아 줄까 !
2012.10 26(금)
혼자 감을 추수한 후에
이우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