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캐리야!

캐리야!

천국백성 2012. 8. 20. 09:14

캐리야!

 

  

우리집에 첨 왔을 때

 

 전신 이발을 한 후에

 

 

내 무릎팍에서

 

 

귀여운 캐리

 

 

아내의 동영상을 같이 보며

 

캐리는 참 영리하다.

그리고 말귀를 알아 듣는다.

어쩌다 화를 내면 멀리 떨어져 안 보이는데 숨는다.

아무 데나 소변을 보아 소리지르면 자기 고추를 홡으며 미안해 한다.

그리고 한참있다가 내 무릎 위에 와서 앉는다.

앉기 전에는 한쪽 발을 든 채 내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전화가 오면 전화기 옆에 와서 짖는다.

내가 전화를 끝낼 때까지 옆에서 듣고 꼬리 친다.

그리고 아내의 동영상을 틀면 무릎 위에 앉아 같이 보며

내가 눈물을 흘리면 가슴팎에 두발을 올려 눈물을 핥는다.

캐리도 슬픔을 아는가 보다.

 

 

 

밥을 많이 먹지 아니한다.

걱정될 정도로 안 먹는다.

사과를 깍아서 조금씩 썰어주면 아싹 아싹 잘 먹는다.

헝겊 인형을 좋아하고 물어서 공중으로 던져 떨어지면

또 물고 이리저리 흔들다 또 공중으로 던진다.

 

 

우리집에 온지 1년 반이 되어 장가를 보내야 하겠기에

인터넷에 광고를 냈다.

경산에 있는 신혼부부에게서 전화가 와서 가기로 했다.

원래 암놈이 와야 숫놈이 주도권을 행사하여 일을 잘 치르는데

그곳 사정을 감안하여 우리가 가기로 했다.

그 집에 갔더니 그곳 암놈은 내리 뛰고 치 뛰는데

우리 캐리는 주눅이 들어 가만히 있었다.

2-3일 떨어져 있기로 약속하고 혼자 왔다.

 

 

너무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

밥도 안 먹고 상대를 물기만 한다고 했다.

낯선 집에서 냄새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주일 예배 후 3일 만에 가지러 갔다.

나를 보자 꼬리가 빠지도록 흔들었고 좋아했다.

그런데 밥을 안 먹어 많이 수척해 보였다.

준비해 간 밥을 주니 조금 먹었다.

차 옆좌석에 태우고 오는데 계속 나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나의 팔꿈치에 머리를 대고 자는 시늉을 했다.

지금 서로의 위치가 그렇 처지가 아닌데도

그렇게 하니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러할까 생각했다.

 

 

엄마 젖을 떼고 내께로 와서

나의 냄새에 익숙해졌고

 

나의 목소리에 익숙해진 캐리는

나를 잊지 못하는가 보다.

 

 

3 아들 보다 2 며느리보다

당장 내게 위안이 되는 것은 캐리이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나를 쳐다 본다.

 

 

내가 음식 주기를 기다린다.

나하고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내 무릎 위에 앉아 안정을 취하고 평화를 느낀다.

그리고 내가 울면 가슴팍에 두 발을 올려 눈물을 홡는다.

하나님께서는 캐리를 통하여 나의 위로가 되게 하셨다.

 

 

 

2012.8.20() 오후

이우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