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택시를 타고, 배를 타도
언제나 우리 집까지 동행하는 것은 나의 신발입니다.
새로 사온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고
잠 못 이루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급하면 종종 걸음을 걷고
애간장이 탈 때면 발을 동동 굴리고
즐거워 발장단을 맞출 때도
함께 하는 것은 신발입니다.
부모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고 바쁘게 쫓겨날 때도 신발은 챙겨야 하고
아무리 황급한 상황이 벌어져도 신발은 꼭 챙깁니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청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울면서 들고 있는 것이 아들의 신발입니다.
물에 빠져 죽기로 결심한 사람도
신발만은 땅에 벗어 놓는 채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신발에 남기고자 하는 처절한 유서 때문일까요?
교통사고 현장에 깨진 유리 파편과 함께
멀찍이 떨어져 있는 아이의 신발 한짝을 본 적 있습니까?
2009년 2월 25일
장모님이 떠나시던 날
이권사가 어머니 그리울 때 본다고 신발을 챙겨 왔습니다.
하루도 일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땀으로 얼룩진 삶을 끌어 안으며
고달프나 아름답게 사신 장모이셨습니다.
같은 해 12월 31일
이권사가 떠나던 날
이권사가 그리울 때 보겠다고 내가 신발을 챙겨 왔습니다.
님의 온 몸을 맡아 섬기고 님의 마음먹은 향방을 따라 모신 아름다운 신발입니다.
반복되는 신고 벗음에 약간은 헤어졌지만
님을 모셨던 신발입니다.
남아 있는 자들은 떠난 자의 흔적을 보며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그리워하며 마음 아파합니다.
신발이 바꿔졌을 때
눈과 손이 범한 오류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 감지해내던
그 발을 담은 신발입니다
님이 있는 그곳은
신발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하나님의 영광가운데
떠다니는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2012. 5. 23(수)
이우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