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분희권사/떠다니는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떠다니는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천국백성 2012. 5. 23. 16:48

떠다니는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택시를 타고, 배를 타도

언제나 우리 집까지 동행하는 것은 나의 신발입니다.

 

새로 사온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고

잠 못 이루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급하면 종종 걸음을 걷고

애간장이 탈 때면 발을 동동 굴리고

즐거워 발장단을 맞출 때도

함께 하는 것은 신발입니다.

 

부모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고 바쁘게 쫓겨날 때도 신발은 챙겨야 하고

아무리 황급한 상황이 벌어져도 신발은 꼭 챙깁니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청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울면서 들고 있는 것이 아들의 신발입니다.

 

물에 빠져 죽기로 결심한 사람도

신발만은 땅에 벗어 놓는 채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신발에 남기고자 하는 처절한 유서 때문일까요?

 

교통사고 현장에 깨진 유리 파편과 함께

멀찍이 떨어져 있는 아이의 신발 한짝을 본 적 있습니까?

 

2009년 2월 25일 

장모님이 떠나시던 날

이권사가 어머니 그리울 때 본다고 신발을 챙겨 왔습니다.

하루도 일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땀으로 얼룩진 삶을 끌어 안으며

고달프나 아름답게 사신 장모이셨습니다.

 

같은 해 12월 31일

이권사가 떠나던 날

이권사가 그리울 때 보겠다고 내가 신발을 챙겨 왔습니다.

 

님의 온 몸을 맡아 섬기고 님의 마음먹은 향방을 따라 모신 아름다운 신발입니다.

반복되는 신고 벗음에 약간은 헤어졌지만

님을 모셨던 신발입니다.

 

남아 있는 자들은 떠난 자의 흔적을 보며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그리워하며 마음 아파합니다.

 

신발이 바꿔졌을 때

눈과 손이 범한 오류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 감지해내던

그 발을 담은 신발입니다

 

님이 있는 그곳은

신발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하나님의 영광가운데

 떠다니는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권사가 가져 온 장모님 신발

 

 

내가 가져온 이권사의 신발

 

  

남은 자들의 신발  

 

 

2012. 5. 23(수)

이우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