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흉사간의 부조금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예부터 상부상조하는 미풍이 남 다르다.
그만큼 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어릴 때 우리 누나가 결혼하게 되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감주와 콩나물 시루를 우리 집에 가져 온 기억이 나고
또 내가 집집마다 떡을 돌렸던 기억도 난다.
요즘은 돈으로 하는데 간단해서 좋으나 정이 별로 없다.
부조금을 전하고 혼주들과 인사하고 신랑 신부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예식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식사를 하고 가 버린다.
나의 경우 부조금은 가까운 형제자매 끼리는 30만원, 삼촌이나 사촌끼리는 10-20만원.
가까운 사이는 5-7만원, 3만원하기는 좀 그렇다.
그런데 교인들은 참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3만원이 부담 없기 때문이다.
한 달에 여러 건이 발생해도 별 부담이 없고
인편으로 부치면 인사장과 함께 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고
참석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
그런데 결혼식장에 가서 신부 얼굴도 보지 않고
밥만 먹고 가는 것은 좀 그렇다.
정말 축하해주고 같이 식사하며 교제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리고 부조하는데 있어서
집집마다 결혼할 자녀의 숫자가 같을 수 없고 연로하신 어른들의 숫자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때는 손해일 것 같고 기분이 나빠질려고 할 때도 있다.
서로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식구들을 자세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부조할 정도라면 상대방의 가정 구성원을 잘 알기 마련이다.
그런데 청첩장이나 부고를 전해야 하는데
마치 고지서 같은 느낌이 있어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첩장이나 부고를 정중히 보내는 것이 예의이다.
인편으로 알리거나 문자로 보내는 것은 성의없는 일이다.
그리고 부조 액수에 관하여는 예를 들면 상대방이 5만원하는데
나는 3만원을 할 수도 없고 대개 상대방을 따라서 5만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방의 자녀는 3명인데 우리 집은 1명 뿐이라면 뭔가 손해일 것 같고
그렇다고 하다가 중단할 수도 없고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러면 부조록을 보고 결혼할 자녀나 연로하신 분을 고려하여 부조금을 7만원이나 10만원,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으로 부조함으로써
상대방이 부조한 총액을 고려하여 비슷하게 끝내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7만원이나 10만원을 한다고 상대방을 따라 할 필요는 없고 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상대방이 끝을 맞추는구나 여기면 된다.
내가 늘 하던 대로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너무 계산적이라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을 고려하는 마음이다.
부조금은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기분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해서는 안 된다.
늘 하다가 중도에 끝나면 상대를 고민하게 한다.
늘 하던 대로 하고 결혼할 자녀가 많은 가정이나
연로하신 분이 계시는 가정이 먼저 알아서 부조한 총액수을 비슷하게 의도적으로 맞추어 가야 한다.
부조금 3만원 내놓고 예식장 가는 도중에 지루하다고 3,4천원의 간식도 받아 먹을 수 있고,
부부가 가서 호텔의 1인당 5만원짜리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멀리서 왔다고 여비까지 받아 갈 수도 있다.
또 늘 7만원 부조하던 사람이 5만원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무슨 사연이 있다고 여기고 주는대로 받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나무라면 안 된다.
세상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언짢으면 아예 부조금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부조금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상을 치르는 가정은 없다.
어디까지나 축하해주고 위로해주는 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조금은 나의 수입이 아니고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다.
그래서 나는 부조금 통장을 만들어 별도 관리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받은 것은 다 돌려줘야 한다.
그렇다고 이자를 붙여 줄 필요는 없다.
오고 가는 부조금에 정이 있어야 한다.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너무 계산적이어도 안 되고 많이 받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정을 느껴야 한다.
상대방을 마음쓰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세대에서 끝을 비슷하게 맞추어야 한다.
우리가 죽으면 우리의 자손들이 우리의 것을 이어 갈 것이다.
2011년 9월 17일
아들의 결혼식을 끝내고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