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꼭두새벽에 불붙여 나가 밥 짓고 소죽 끓이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온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 밥을 지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밥 한덩이 찬물에 말아 부뚜막에 홀로 앉아 점심을 떼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얼음 깨고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김치 이파리나 먹고 고기 대가리를 뜯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프다는 자식업고 한잠 눈을 못 붙여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하며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평생 목욕탕 못가고 고무 다라이에 물 데워 목욕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꿈치 다 터져 헝겊쪼가리 밥풀 발라 붙여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 뭐? 응' 하며 말을 놓아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깍기 없어 입으로 물어뜯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잘못하여 화병이나서 새끼줄로 이마띠를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해도그냥하는 넉두린 줄 알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들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하다 염소 무릎이 되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내 나이 쉰 중반이 넘고 어머니 이 땅에 없으신 다음에야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李忿姬 勸士가 이 세상 있을 때 눈물 흘리며 읽은 시>
2011. 7. 11 (월)李雨吉 執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