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사/나의 하루(시)

나의 하루

천국백성 2009. 4. 18. 23:53

 

           나의 하루

                                                                                           - 이우길 -

 들에 나가지 않아도

신록의 봄이 마음에 들어차고

산에 오르지 않아도

솔바람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교원 아파트에서 아침을 엽니다. 

 

내 비록 친구 교사들을

한번에 불러 모을 넓은 방은 없지만

그들을 향한 마음으로 짓는 집은

부서져도 좋을 행복의 집입니다. 

 

어린 시절의 그리움은

돌이 되어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그리움이

때로는 빛깔마다 살아서 출렁입니다. 

처음엔 낯설었던 교원아파트의 외로움도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닐 수 있습니다.

 

높이 떠도는 외로움은 때론 비가 되어

처마 끝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봄에는 냉이 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여름에는「천지갑산」계곡의 골부리탕 맛이 굉장합니다.

늦가을엔

찬이슬 맞아 떨어진 사과를 깨물면

잇사이로 평화가 스며듭니다. 

 

쑥처럼 돋아나는 어려움과 잡무 속에서도

제자들이 흘린 웃음을 받아 가슴에 넣음으로

마음속에 숨어사는 기쁨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5일마다 이별을 경험하고

군 입대한 막내를 걱정하면서

땅에 발붙여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슬픔을 견뎌내야 한다고 자위합니다. 

 

사이사이 커다란 즐거움도 간혹 있으련만

근심 걱정이 태반을 넘습니다.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산으로 흐르는 음악은

나의 기도가 됩니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낸 죄 때문입니다.  

밤이 오는 층계에서 별을 바라봅니다.

별을 안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멀리 교회 종탑위에는 불빛으로 어제처럼 또 새벽을 카운트 다운합니다.

 

 

- 2002년 4월 19일 밤 11시 10분 -

교원아파트에서 삶의 외로움을 달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