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도 내가 믿는 주님을 믿으면 좋으련만...>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가져가도 주님을 찬양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나는 지금 지난 금요일에 오신 도둑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금 쯤오후에 할 작업을 위해서 자고 있을까.
괜히 가져왔다고 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훔쳐 간 물건을 어디에다가 팔까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아니면 잘 아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어 버릴까.
아니야, 내가 쓸꺼야! 하며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끄트머리에 취미생활로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계를
카메라에 담아 남기며 내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2여년에 걸쳐 넉넉지 않은 봉급에서 조금씩 떼어 마련한 카메라 장비 일체를
지난 금요일 오후 6시경에 도둑께서 가져갔다.
지난 번에 오셨을 때는 교회에 들고 다니는 가방만 찢어 놓고
카메라가 방바닥에 있었는 데도 가져가지 않더니만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인가?
니콘카메라, 렌즈4개(망원렌즈 200만원 포함),
필터6개, 플레쉬1개, 밧데리 2개, 바운스 1개,
원격조정기, 누가 준 캐논카메라 가방과 다른 니콘 가방 2개,
모두 000만원에 해당하는 물건을 도둑께서 가져갔다.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하신 주의 말씀이
이 처럼 마음에와 닿기는 처음이다.
심지어 밑줄 그어 놓은 설명서인 메뉴얼까지 가져갔다.
그러니 그 도둑은 작정하고 작업을 한 것 같다.
모두 정품으로 등록한 카메라와 렌즈인지라
아무 데나 팔아 먹지는 못 할테고... 저도 고민일테다.
남의 사진기를 가져가서 찍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샷터를 누를 때마다 그의 양심은 허공에 사라지고
플레쉬가 터질 때마다 암흑의 지옥은 가까워 오리라.
이는 내가 그저 잃어버린 속상함에 괜히 해보는 말이 아니고
주께서 하신 말씀이고 불쌍한 인생에 대한 위로의 말이다.
사람은 저마다 열심히 노력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할텐데..
도둑은 제대로 된 노력도 하지 않고
남이 이뤄놓은 노동의 결과를 가로 채는 인간이다.
하기야 저들도 밤에 설치기 위해서 낮에 잠을 자야하는 수고가 있고
또 들키면 큰 일이다 하는 위기감을 늘 무릅쓰고 하는 일이라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주인과 대면했을 때 당황함을 생각하면 인간으로서는
정말 치사한 일이지만...
그런데 어떤 도둑은 당황함보다는 이상한 스릴을 즐긴다니 놀랄 일이다.
그리고 도둑들은 현금을 제일 좋아하고 카드도 한두시간 내에
금방 사용해야 하는 촉박함이 있지만 좋아하는 편이란다.
그 다음은 금부치나 보석이 좋지만 워낙 가짜가 많은 세상이라
수고해서 가져갔지만 가짜일 때 그 허전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작업할 곳을 물색하기 위해서 그들은 남 다른 수고를 할 것이다.
밖에서 보면 그집의 경제 사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골목집 등을 선호하며
그곳에 사는 사람의 직업, 가족사항, 가족들의 출입하는 시간대,
차량 이용자, 들켰을 때 맛붙을 수 있는 체력을 가진자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방 속에는 드라이버, 망치, 비상시 사용할 칼 등도 준비할 것이다.
좀 도둑 이외에는 두서너명이 한조가 되어무선으로 서로 연락을 할 것이다.
골목 끝에서 주인집 차가 오면 연락을 하고
집 근처에 있는 놈은 방에서 작업하는 놈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작업하는 놈은 항상 무전기를 열어 놓은 채로 할 것이다.
작업하기 전에 도망갈 루트를 확보해 놓고 시작할 것이다.
요즘은 워낙 지능적이라 장갑을 끼고 작업하며
또 신발은 덧버선을 착용하고 하기에 감식하여 찾기란 힘든다고 한다.
지금까지 도둑을 몇 차례 당했다.
'사정동' 살 때는 도둑이 가져 갈 물건이 없어 속상했을 것이다.
양복 바지를 가져 갔는데 겉으로 보기엔 메이커 바지로 좋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엉덩이 부분에 너무 오래 입어 닳아서 하늘 하늘거려
속에다 헝겊을 데고 누빈 바지였다.
가져 가서 밝은 빛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12년 전의 일인데 그 도둑은 아직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흥해'에서 살 때는 봉급의 십일조를 따로 떼어 준비하고 있었는데
도둑도 그 돈은 거룩한 돈이라 손을 데지 않았는지 못 찾았는지 가져 가지 않았다.
28일 저녁에 오신 도둑도 주정 헌금을 위해 년초에 신권으로 바꾸어
주정 봉투마다 넣어 둔 돈은 가져가지 않았다.
가져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찾은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게다.
주정 헌금도 일년치 미리 내거나 아니면 온라인으로 내야 안전할 것 같다.
매주 하나님께 드리는 정성도 좋지만 가져 가 버릴 것을 생각할 때
앞으로 헌금도 온라인으로 할 때가 곧 다가 오리라.
나는 당분간 내 카메라를 가져간도둑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불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자기가 하는 일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알면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자기 자식에겐 도둑질하는 것은 나쁜 일이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 할 것이다.
도둑이 또 총각이나 처녀라면 앞으로 태어 날 자식에게 그렇게 교훈할 것이다.
구약시대에는 도둑은 간음 다음으로 8계명에 속하는 중한 범법이다.
신약시대에사도 바울께서는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에 이른다'고 하셨다.
도둑이하는 일이 바빠서 못 봤겠지만
책상 위에 읽던 성경을 보고
그도 내가 믿는 주님을 믿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여!
잃어 버린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고 우리들 모두의 죄를 용서하소서!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 그리고 평화를 내려 주옵소서!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따라 길가의 벚꽃은 꽃망울을 터뜨릴려고 하는데
어이하여 인간만은 더욱 더 악해져만 가는고!
그리고 주님께서는 믿는 자의 가정을 돌보시지 않는지
심지어는 목회자의 집도 뒤지니
당할 것은 다 당하고...
병마와 어려움이 신자 불신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들어 당할 것은 다 당하고 치를 것은 다 치르니
이 또한 무슨 연고인고
공중 권세잡은 마귀가 판치는 세상에
그저 한세상 살아야 하는지
주님께서 마련하는 새 예루살렘만 바라봐야 하는지
주님께서 창조후에 보시기에 좋으셨다고 하셨는데
정말 보시기에 좋고 살 만한 세상인지
어찌 해가 갈수록 세상이 이 모양인고...
주님의 참 뜻이 어디에 있는지 말씀하소서.
알려 주소서. 침묵을 깨뜨리소서.
경주제일교회 이우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