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칠이의 죽음
'땡칠이'는 우리집 막내인 청영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짝이 생일 선물로 준 개이름이다.
흰색이었고 몸집이 알맞은 발발이 계통의 영리한 개였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많이 울었고 특히 밤에 시끄러울 정도로 무척이나 울었다.
곧 식구들과 친해졌고 끙끙대기 시작했다.
주로 밖에 두었고 춥거나 더울 때는 거실에 두었다.
점점 성장하여 집밖으로 나돌아 다니기 시작했고 아침 산책 할 때나 시장 갈 때 늘 따라 다녔다.
집에서 시장까지는 구석구석 오줌을 눔으로 지역을 장악하였고 성장함에 따라 지경을 넓혀 나갔다.
어떤 때는 가족을 믿고 낯선 개를 물기도 했다.
집에 낯선 사람이 서성대거나 접근하면 예외없이 목을 젖히고 짖어댔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대문을 열어 두면 뛰어나가 지나가는 자동차, 자전거, 아이들을 따라가며 짖어댔다.
모두가 무서워했고 울어버린 동네 애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 한번이라도 온 사람에게는 절대로 짖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땡칠이가 집을 지켜주니 시장도 교회도 마음놓고 다닐 수가 있었다.
아내가 시장가면 꼭 친구집사가 경영하는 자매양장점을 가는데
어떤 때는 땡칠이가 먼저 가서 기다린다고 했다.
자매양장점 집사는 아내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먹을 것도 준비한다고 한다.
어떤 때는 먼 곳으로 볼일 보려 갈 때는 땡칠이가 미리 알고 따라 오지 않는다.
한번은 막내 청영이가 땡칠이를 데리고 차도를 건너 놀이터에 놀다가 그만 땡칠이를 잃어 버렸다.
찾아도 없었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이름이 땡칠이라서 크게 부르기도 뭐하고 해서 낮게 여러 번 불렀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포기했다.
온 식구가 골목 골목 찾아 헤메였으나 없었다.
누가 데리고 간 것이 틀림없었다.
이튿날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에 가서 부르니 어느 구석에서 나타나 다리 사이로 왔가 갔다하면서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꼬리를 흔들어 댔다.
너무 반가워서 안고 울어 버렸다.
집으로 안고 와서 자고 있는 청영이 이불속으로 넣어 주었다.
막내는 이불속에 나타난 땡칠이를 안고 부비며 울었다.
온 식구가 반가와 모두 울었다. 탕자도 아닌 개가 집으로 왔는데 모두 울고 야단이었다.
차를 타고 놀러 갈 땐 땡칠이를 데리고 갔는데 늘 창문쪽에 서서 밖으로 내다 보았다.
무엇을 보는지 부지런히 보았다.
밥 먹는 양은 적고 어쩌다 많이 먹으면 곧 토하고 며칠씩 굶는다.
용변은 마당의 일정한 곳에 누고 고기를 특히 좋아하고
밥을 물에 촉촉이 말아서 된장을 약간 섞어주면 잘 먹는다.
사과를 깍아서 잘게 썰어주면 아싹 아싹 씹어먹으며 반개 정도는 먹는다.
입에 넣어 먹던 고기를 주면 잘 받아먹는다.
불고기를 먹을 때는 기름기 많은 부분을 주는데 식혀서 먹는다.
가족이 주는 것 외에는 절대로 먹지 않고 낯선 사람이 오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여름에 더울 때는 털을 깎아 주는데 직접 가위로 깎아 주었다.
신경써서 깎았는데도 어딘가 엉성해보이고 귀여운 땡칠이를 웃기게 만든다.
삼푸와 비누로 목욕을 가끔시키는데 벌써 안으면 목욕하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다리밑을 씻을 때는 꼭 다리를 들어 준다.
귀에 물이 들어 가지 않도록 조심했으나
물이 들어간 것이 의심스러우면 잠시 털게 하고 다시 작업에 들어 간다.
그래도 마지 않다하고 계속 몸을 맡긴다. 다 씻으면 알아서 물기를 턴다.
깨끗이 딲아 내 놓으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서 몸을 말린다.
아랫 송곳니가 약간 덧니로 나 있어 매력적이다. 눈이 까맣고 좋아라고 뛰며 까불 때는 굉장하다.
일부러 으르렁 거리도록 만들면 정식으로 짖어 댄다.
식구들 중에 청영이를 가장 좋아하며 여름에 상의를 벗은 체로 누워
배 위에 오라고 배를 가리키면 곧 배위로 와서 엎든다.
입을 쭉쭉 소리내면 따라서 쭉쭉거린다.
땡칠이를 온 가족이 좋아하고 세 아들 모두 군에 가서 휴가 올 때까지 긴 기간인데도
모습과 옷 모양이 달라졌는데도
어찌 아는지 몸을 낮추고 고개를 들고 꼬리를 빠지도록 흔든다.
닭고기 뼈를 잘 씹지 않고 먹어 용변 볼 때 힘든 적도 있었고
모기에 의하여 전염되는 심장사상충에 걸려 병원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동네 큰 개에 덤벼들다가 물려 죽을 뻔 할 때도 있었다.
땡칠이가 가장 겁내는 것은 천둥소리이다.
천둥이 치면 겁에 질려 발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 정말로 무서운가 보다.
가정예배를 드리면 같이 옆에 앉아 주기도문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는다.
어쩌다 부부싸움을 하면 밖에서 들어와서 두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마구 짖어 댄다.
나는 땡칠이가 개가 아니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오면
내 차소리를 알고서 밖으로 나와 도착했다는 신호로 짖어대고
차동차 바퀴를 냄새맡고 오줌도 싼다.
자동차에서 내리면 좋다고 내리뛰고 치뛴다.
아내와 아이들보다 더 반가이 맞아주니 어찌 사람이 아니겠는가.
한번은 부친이 나이가 많으셔서 목회를 그만 두시고 집에 와 계시는데
치매가 와서 밖으로 나가셨다가 집으로 찾아오지 못해서 모든 식구가 칮느라고 야단인데
어느 골목에 가니까 땡칠이가 부친의 바지가랑이를 입에 물고 당기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반증해주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땡칠이가 우리 집에 온지도 11년이 되었고 사람으로치면 노인이 되었다.
동작이 느려지고 눈에 힘이 없어지도 만사가 귀찮아 보였다.
동네 큰 개에 달려들다가 물린 뒤부터는 더 힘이 없어지고 뒷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물린 자리의 상처가 깊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 후 회복이 되기는 했지만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물만 조금씩 먹었다.
억지로 먹여 보기도 했지만 토해 버렸다.
병원에서는 심장사상충 때문이라며 곧 죽게 되니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오래 살았다.
주사약이 비싸다고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은 것이 죄스럽기도 했다.
말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지만 미안했다.
결국 병원의 신세를 지게 되었고 닝겔주사를 맞도록 다리에 장치를 해와서 집에서 혈관 주사를 놓았다.
좀 회복되는가 했더니 주사 바늘이 빠지고 몸을 뒤틀고 괴로워했다.
입에 거품을 내고 똥도 쌌다. 죽으면 묻으려고 마당 감나무 밑에 구덩이도 팠다.
못먹어 야윈 땡칠이에게 물을 강제로 먹이고 약도 먹였다,
또 너무 더워 부채질을 2시간이나 해주었다.
숨을 가쁘게 쉬고 호흡이 간간히 멈추기도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을 자러 방으로 갔다. 새벽 1시 반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고 거실로 들어와 있었다.
잘 돌보아 주도록 당부하고 근무지인 군위 부계중학교로 떠났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땡칠이가 아이들 방과 아내가 거쳐하는 방을 모두 끙끙대며 들어왔다가
낮 1시에 죽었다고 연락이 왔다.
가슴이 메어지도록 아팠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명철이와 지훈이가 땡칠이를 싣고 김유신 장군 묘역의 소나무 있는 양지 바른 곳에 묻었다고 한다.
잘 울지 않는 명철이의 울음을 처음 보았다고 동생 지훈이가 나중에 말했다.
땡칠이가 가장 좋아하는 막내 청영이의 군제대를 3일 앞둔 슬픈 죽음이었다.
<말 못하는 개이지만 어느 가정에서 동시대에 생활을 같이했고
그 죽음을 통해 사랑을 체험하고 천국에 가서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
아직도 살아 있는 가족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